[마케팅의 역할 변화] 코틀러가 전하는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 전병옥
- 2022년 12월 14일
- 3분 분량
마케팅 분야의 수 많은 전문가들 중 한 사람을 꼽으라면 누가 떠오르십니까? 학교나 현업 과정에서 마케팅 이론을 접한 경험이 있다면, 아마도 이 사람을 지목할 것입니다. 노스웨스턴대학교 켈로그경영대학원의 교수이자 ‘마케팅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 교수입니다. 물론, 코틀러 이전에도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했고 고객은 그들의 필요에 따라 구매했습니다. 그러나, 공급은 언제나 부족했고, 수요는 넘쳐나던 시기에 마케팅은 단순한 판매기법에 불과했습니다. 단지, 영업을 지원하는 하부조직이었을 뿐입니다. 기업 조직에서 마케팅의 중요성이 제기된 시점은 생산기술 혁신에 의해 기업들의 제품 생산력이 급증했을 때 부터입니다. 더 이상 만들면 무조건 팔리는 시대가 아니었기 때문인데요. 이런 변화를 예리하게 포착한 코틀러 교수가 마케팅 관리를 경영과학의 한 분야로 이끌었습니다. 시작은 이 책의 출간입니다. 지금도 거의 모든 대학에서 교재로 활용하는 <마케팅 관리 Marketing Management>입니다.
이 책은 1967년에 첫 판이 출간되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55년 전인데요. 현재는 16판까지 출간되었고, 저자도 일부 추가되었습니다. 이 정도면 명작의 반열에 오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누군가 지난 세기 동안 마케팅 분야의 변화를 알고싶다면, 이 책의 흐름을 쫓아가보는 것이 가장 빠른 지름길일 것입니다. 마침, 이 책의 공동저자인 체르네브(Alexander Chernev) 교수와 함께 참여한 인터뷰가 있어서 소개합니다. 거장의 눈으로 본 마케팅의 핵심은 무엇이고 긴 시간동안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 살펴 보겠습니다. 지금부터는 코틀러 교수의 의견을 요약한 것입니다.
“마케팅"이라는 용어는 시장에서 기업의 조직적인 활동을 설명하기 위해 1900년대 도출되었습니다. 처음 이 책을 출간할 때에는 시장 접근 방법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마케팅을 바라보는 관점을 정립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기존의 경제학 외에 행동과학과 심리학, 조직 이론 및 수학적 분석법도 참고해야만 했습니다.
책을 출간하면서 확고하게 자리잡은 개념이 있다면, 마케팅 활동은 고객과 고객의 필요에 상응하기 위해 설계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케팅 활동의 이런 반응성(Customer-centricity)은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는 마케팅의 핵심 개념입니다. 빅데이터, SNS, 이커머스 등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지만, 기업의 마케팅 활동이 고객을 위한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산업 환경은 많이 변했지만, 고객의 가치를 이해하고, 조직적으로 설계한 후 고객들과 소통하고 효율적으로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 변함없는 마케팅의 핵심입니다(Understanding, Designing, Communicating, and Delivering customer value). 변한것이 있다면 고객의 가치에 대응하는 방법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빅데이터와 이커머스 등이 가장 최근의 사례라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마케팅 개념에 관한 중요한 변화도 있습니다. 고객 가치를 넘어선 사회적 가치가 중요하게 등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희가 최근에 가장 빈번하게 질문을 받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과거를 돌아보면, 대부분의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어떤 혜택을 제공하고, 가격 경쟁력에 관한 확신을 심어주는 데 노력했습니다. 물론 이 때에도 개별 소비자를 넘어서는 포괄적인 가치에 대한 탐색은 있었지만, 핵심 활동으로 자리잡지는 못 했습니다. 유니레버(Unilever)의 오래된 브랜드, 도브(Dove) 비누가 한 사례일 것입니다. 과거에 이 브랜드는 우수한 세척력과 오래 쓰는 장점을 강조했지만, 지금은 모든 여성들에게 아름다움을 제공한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합니다. 단순한 제품이지만, 포괄적인 가치를 내포하려는 목표가 선명합니다. 실제로 최근의 많은 연구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일수록 더 높은 투자이익률과 시장 점유율, 그리고 직원 만족도에 있어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과거에는 광고와 인적판매 등이 거의 유일한 소통 창구였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은 고객들과의 접점을 무척 다양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객들의 브랜드 평가는 디지털 세계 속에서 순식간에 확산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브랜드를 통해 고객들이 어떤 혜택을 기대하는 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느낌, 즉 친밀도나 호감도 등을 가지는 지 분석하는 것도 마케팅 활동의 중요한 부분이 되고 있습니다. “마케팅은 정보가 비대칭인 지점에서 출발한다"는 말이 있지만, 현재는 비대칭의 축이 고객들에게 더 많이 치우쳐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끊임없이 고객들의 관심사와 정서적 반응을 확인해야 합니다.
마케팅 부서의 역할에 대한 변화도 주목할 만합니다. 과거의 마케팅 팀은 제품 설계와 생산 계획이 완료된 후에야 역할이 주어졌습니다. 생산된 제품을 보다 더 많이 판매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주요 업무였습니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마케팅 부서는 제품의 기획이나 설계 단계부터 참여해 고객의 요구사항을 제품에 반영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마케팅의 역할을 조직 전반에 광범위하게 설정하는 기업이 판매나 광고에만 한정하는 기업보다 더 높은 경영성과를 성취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과거와 다른 점을 생각해보면, 마케팅 활동의 투명성이 높아졌다는 점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고객과의 소통 방식도 크게 변화시켰지만, 기업 내부의 업무처리 방식에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마케팅 활동과 예산 집행 등에 대해 관행적인 부분이 많았던 과거와는 달리 현재는 모든 활동을 투명하게 분석하고 그 결과를 평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단기적인 경영 성과에만 치중하게 만드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지만, 어떤 활동이 브랜드의 가치를 상승시키고 있는 지 그 상관관계가 과거보다는 더욱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코틀러교수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마케팅은 계속 변해왔고, 앞으로도 변할 것입니다. 그러나, 고객이 원하는 가치가 무엇이고, 그 가치를 적절한 시점에 창출해야만 점점 엄혹해지는 시장의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점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바뀌는 것은 소통의 방법이지, 소통의 내용은 아닙니다. 모두의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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