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마케팅, 군더더기는 빼고 날렵하게 하라 2
- 전병옥

- 2020년 3월 16일
- 3분 분량

들어가며
이전 편에서 빠른 실행을 통해 시장을 개발하는 ‘Lean Way’에 대해 살펴 보았습니다. 요점은 이렇습니다. 전통적인 시장개발 방식은 이미 검증을 받은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그러나, 시장의 제반 환경이 빠른 속도로 변해가면서, 이런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기술기업이나 스타트업들에게 더 적당한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그 시점에 등장한 것이 ‘린 스타트업(Lean Startup)’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논문
2012년에 발간되어 전 세계에 큰 호응을 불러 온 책, <린 스타트업>은 실리콘밸리의 연쇄 창업가 에릭 리스에 의해 발간되었습니다. 그러나, 린 스타트업의 진정한 창시자는 에릭 리스의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스티브 블랭크입니다. 그는 2013년 5월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왜 린 스타트업은 모든 것을 바꾸눈가? (Why the Lean Start-up Changes Everything)‘라는 논문을 발표했는데요.. 이 논문에 따르면 린 방식(Lean methods)의 세가지 중요한 원칙이 있습니다.
1. 가설과 검증에 의한 시장 분석 (Sketch out your hypothesis)
시장개발을 위해 과학실험실로 가라는 말이 아닙니다. 세세한 비즈니스 계획이나 철저한 시장 조사가 더 좋은 결과를 보장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의미입니다.
“큰 놈이 작은 놈을 잡아 먹는 것이 아니다. 빠른 놈이 느린 놈을 잡아 먹는 것이다" (손자병법)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으면 더 많은 기회를 포착할 수 있습니다. 반면, 처음부터 완벽한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진을 빼는 것은 관리의 측면에서는 만족할 수 있겠지만, 성공으로 이끌어 주지는 못 합니다. 그렇다고, 아무 계획도 없이 시장에 나갈 수는 없습니다. 이 때문에, 린 스타트업은 가설을 수립할 것을 제안합니다. 현재 가지고 있는 정보와 온라인 등을 통해 취합할 수 있는 정보를 통해 시장에 대한 최적의 통찰을 정립하고, 이에 맞추어 가설을 수립합니다. 물론, 이런 가설은 완벽할 수 없습니다.
가설을 완벽하게 해 주는 것은 시장과 고객입니다. 스타트업은 큰 회사의 작은 모형이 아닙니다. 큰 회사와 경쟁하는 작은 도전자입니다. 따라서, 체급에 맞는 시장을 찾아 빠르게 우리의 가치를 확립해야 합니다. 이런 과정 - 대부분 실수일 수도 있습니다 - 을 반복하면서, 조금씩 시장에 맞추어 가는 것이 핵심입니다.
2. 고객에 의한 개발 (Customer Development)
우리 가설을 비판하고 조언해 주는 대상은 고객입니다. 물론, 시장에는 고객 외에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있고, 이들 중 일부는 핵심 정보 제공자일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알고 있다면 상황에 따라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그렇지 않다면, 고객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고객에게 어떻게 우리의 가치를 검증받을 수 있을까요? 그럴싸한 발표자료를 준비해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한 두번이지, 계속 그럴 수는 없는 법입니다. 가장 좋은 것은 우리의 가치를 담은 제품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시제품 혹은 프로토타입(prototype)이라고 부르기는 하는데, 린 스타트업에서는 기술의 가치를 표현할 수 있는 핵심적인 부분만으로 만든 제품을 ‘MVP(Most Viable Product)’이라고 부릅니다. MVP가 적절하다면, 고객은 관심을 표명하는 것은 물론, 제품의 성능과 디자인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줄 것입니다. 따라서, MVP는 고객들에 의한 제품 개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도구로 작동합니다.
거듭 강조합니다만, MVP에 의한 고객의견 수립의 핵심은 ‘속도'입니다. 고객의 의견을 취합했다면, 빠른 시간안에 제품을 수정하여 고객과의 협업 관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핵심 기술 정보가 외부에 유출될 수 있습니다.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호 조치를 강구해야지만, 어느 시점에서는 빠른 시장개발과 기술유출 사이에서 갈등할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만, 스타트업이라면 위험을 감수하면서 더 빠른 시장개발을 추구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3. 유연한 개발 (Agile Development)
구글이 모바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를 내놓은 방식이 유연한 개발 방식의 사례입니다. 구글은 2007년 처음 공개된 1.0 (애플파이)버전에서 부터 2.0(이클레어), 2.2(프로요), 2.3(진저브래드), 3.0(허니콤), 4.0(아이스크림샌드위치)에 이어 최근 4.1~4.2(젤리빈)에 이르기까지 버전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여 출시했습니다. 구글은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끊임없이 개발하는 것이 경쟁우위의 원천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와 같은 원칙을 통해 린 스타트업은 시장개발의 실패 확률을 최대한 낮추는 것을 목표합니다. 시작할때부터 소비자 반응을 보고 시작하기 때문에 대규모 런칭쇼를 통한 시장개발보다 더 유연하게 작동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같은 군살빼기 린 방식은 새로 시작하는 ‘스타트업’에게만 적용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린 스타트업'은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또는 정부 등 기존 조직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런 조직들도 제품 기술이나 원가, 서비스 등에 획기적인 혁신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린 방식은 애초 빠르게 성장하는 기술 스타트업을 위해 만들어진 방식이지만 기존 조직에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규모(Scale)는 다를 수 있지만 린 방식의 패턴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얼마전 작고하신 크리스텐슨 교수의 ‘와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은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파괴는 경쟁사가 아니라 아직 존재하지 않는 기업(스타트업)에 의해 벌어지게 될 것이며 이들은 린 방식으로 빠르게 성장한다는 것을 증명하여 유명해 졌습니다. 린 스타트업의 방법론과 연계해보면, 핵심적인 기술, 그러나 시장을 압도할 만큼은 못 되는 기술기업이 시장을 바꾸어 놓을 수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고객에 의한 개발에 집중하여 조금 더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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