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K-바이오의 새로운 도전, LG화학의 아베오 인수


지난 주 흥미로운 기사가 시장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국내 화학기업 중 유일하게 글로벌 Top 10 화학기업에 위치하는 LG 화학이 미국의 의약기업 아베오 파마슈티컬스의 지분 100%를 5억6600만 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5~6위의 화학제품 생산 능력을 가지고 있는 한국의 기업들이 유독 의약품 분야에서만은 발전이 더딘 상황을 고려해볼 때 선두 기업인 LG 화학의 이런 노력은 매우 의미있는 일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이 뉴스를 조금 더 살펴 보겠습니다.


LG 화학의 바이오 사업


지금은 석유화학 및 2차 전지 사업으로 유명하지만, LG 화학은 국내 대기업 중 가장 먼저 의약사업을 시작한 곳입니다. 1961년 이미 의약품제조업 허가를 획득했고, 1984년 의약사업부를 신설하여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후에 성과도 뚜렷했는데,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1991년 세계 최초로 4세대 세파계 항생제(팩티브) 개발에 성공한 후 국내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획득한 일입니다. 오래된 일이지만, 당시 국내 산업계의 뜨거웠던 분위기가 다시 생각납니다. 물론, 이 제품은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하지는 못 했습니다. 항생제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의료계의 환경 변화가 결과적으로 LG 화학에게는 우호적이지 못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의약품 사업부에 대한 내부적인 의구심이 커졌습니다. 여전히 돈을 잘 버는 석유화학 사업부 뿐만 아니라 새롭게 각광받는 2차 전지 사업부에도 밀려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것입니다.


결국, 2002년 LG 화학에서 분사해 국내 중견 제약사와의 경쟁도 힘겨운 상황이 되었는데, 2017년 다시 흡수합병되어 본격적인 성장 체재를 갖추었습니다. 이 당시 300여명 수준이었던 연구개발 인력은 현재 2배 이상 확충되었고, 계속해서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 화학의 경영진은 불안감이 많았습니다. 신약 개발은 비용과 시간이 10년 이상을 요구하는 장기적인 프로젝트인데, 포트폴리오 구성 상 단기 프로젝트도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방법이 있다면 신약 개발 기업을 인수합병 하는 것인데, 글로벌 제약 기업들이 싹수가 보이는 기업과 제품을 싹쓸이 하는 상황에서 쓸만한 기업이 시장에 남아 있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약개발이라는 험난한 목표를 세운 LG 화학의 야심과 각오는 시장에 상당한 호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인수한 아베오의 주식 100%를 43%의 프리미엄을 주고 확보한 것만 봐도 이 시장의 개척에 대한 LG 화학의 확고한 의지를 볼 수 있습니다. 항암 신약을 보유한 아베오의 합병을 통해 LG 화학은 미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의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미국 시장에 대한 마케팅 역량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일 것입니다. LG 화학은 종합적으로 고형암 세포치료제 등 9개의 항암제 신약 물질을 포함해 통풍과 비만 치료제 등 총 20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아베오(Aveo Pharmaceuticals)의 경쟁력은?


그렇다면, 요즘 떠오르는 항암 분야의 신약을 보유한 아베오는 왜 기업매도를 결정했을까요?

아베오는 2002년 미국 보스턴에 설립된 비교적 신생 기업입니다. 2010년 나스닥에 상장했을만큼 신약개발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큰 기업이었고, 조금 늦었지만 2021년 신장암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 ‘포티브다(Fortivda)’가 FDA 허가를 받아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이로 인해 2021년 매출이 약 500억원이었고, 2022년은 세 배 이상 상승한 실적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더구나 이 기업의 연구개발 부서는 두경부암 1차 치료제를 목표로 하는 ‘피클라투주맙'을 포함해 3개의 신약 후보 물질도 개발 중입니다. 이런 사실만 보면, 기업을 매각할 이유도 없고 매각한다면 더 비싼 가격에 매각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협상이 완료되었다는 점은 현재의 시장 상황에 대한 여러 시사점을 던져 줍니다.


물론, 아베오는 지난 20여년간 높은 기대감과는 달리 뚜렷한 실적을 거두지는 못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2차례에 걸쳐 허가거절을 받기도 했고, 주주소송 및 경영진 사기죄로 인한 벌금형, 구조조정, 아스텔라스(Astellas)와의 파트너십 종료 등의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주주와 경영진들이 많이 지치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금흐름이 본격적으로 개선되는 시점에서 주식 전량을 매각했다는 점은 여러 의구심을 들게 합니다. 더구나 Fotivda는 올해 새로운 적응증에 대한 특허를 인정 받아 2039년까지 특허권이 연장된 상태였습니다.


국내에는 LG 화학의 쾌거로 소개되고 있는 이번 인수합병건에 대해 미국 현지에서 여러 의문을 제기하는 배경이 여기에 있습니다. 아베오의 현금 흐름 상황이 극도로 악화돼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이었거나 신약에 대한 내부 기대치가 실제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습니다. 또한, Fortivda는 글로벌 제약 기업인 BMS의 대표적인 면역항암제 Opdivo와의 약제 병합치료가 임상 중인데, 내년에 발표될 이 결과가 예상만큼 긍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소문도 있습니다. 한 마디로 아베오 입장에서는 현금흐름이 개선되고 있는 현재가 가장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인수합병을 승인했다는 것입니다.


아베오의 내부 사정은 확실하지 않지만, LG 화학의 새로운 도전은 높게 평가받을만 합니다. 긴 호흡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하지 않는 한국 기업의 내부 문화를 볼 때, 단기간에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제품을 획득했다는 점이 우선 눈에 띄고, 이를 통해 신약 파이프라인과 미국 시장에 대한 마케팅 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LG 화학의 사업 확대에 큰 기여를 할 사건으로 기대됩니다. 더불어 신약 개발에 대해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국내 제약사들에게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최근 게시물

전체 보기
순환경제의 동향과 전망 2

순환경제는 "폐기물을 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을 중심으로 자원의 효율적 사용을 극대화하는 경제 모델입니다. 기존의 선형 경제("생산-사용-폐기")와 달리, 순환경제는 자원의 재사용, 재활용, 재제조 를 통해 지속 가능성을 추구합니다. 그러나, 실제...

 
 
 
순환경제의 동향과 전망 시리즈

산업의 각 영역에서 순환 경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합니다. 실제로 글로벌 기업의 대다수는 순환 경제를 구현하기 위한 산업적 해법을 제시하고 있고, 이를 경쟁우위 확보의 핵심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규제도 비슷한 방향인데요. 이에 대한 내용은...

 
 
 
바이오 파운드리: 동향과 전망

한국은 반도체 파운드리에 대한 논의가 뜨겁지만, 글로벌 산업 지형은 바이오 파운드리 구축에 훨씬 더 뜨거운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래 산업의 핵심이 될 것이 분명한 이 분야에 대해 사례 분석과 함께 정리해 보았습니다. 유익한 내용이 되길 바랍니다.

 
 
 

댓글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