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사업 모델

승자독식과 수익성 우선 경영이 비즈니스 모델의 전형으로 통용 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기간이 오래되서 그런지 몰라도 여전히 산업의 곳곳에서 이런 흔적을 많이 보게 됩니다만, 점점 사그라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와 반대로, 비즈니스 모델의 한편에서 작게 거론 되던 친환경, 이해관계자 중심 의사결정, 투명한 지배구조 등의 주장들은 점점 힘을 얻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들은 이제 하나의 큰 덩어리로 뭉쳐져,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런 새로운 경영 아젠다를 간단하게 ESG로 표현하는데요.. 이제는 산업의 여러 분야에서 하나의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물론 풀어야 할 난제도 많이 있는데요.. 무엇보다 수익성 중심의 기존 경영 방식에 반대편에 서있던 ESG 경영이 하나의 사업 모델로 기능할 것인지 확신이 뚜렷하지 않은데요.. 이번 편에서는 사업 모델 혹은 성장 동력으로서의 ESG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ESG는 세상의 변화를 반영하는 거울

처음 ESG라는 의제가 출현했을 때를 돌아보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말장난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표현이야 참신했지만, 내용에 있어서 새로운 점이 없었기 때문인데요.. C-19 사태를 겪으면서 ESG에 대한 관심을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종 펀드 상품들도 많이 개발되었고, 기존의 개념인 친환경과 지속가능발전 등의 개념들을 포괄하면서 대표 단어로 등극한 모양새입니다. 무엇보다 바이러스의 확산이 환경과 기후변화,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기 때문인데요.. PwC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67%가 ESG가 우리 사회에 중요한 과제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경향은 젊은 세대보다 기성세대에게 더 강하게 나타났는데, 아무래도 기업 환경의 변화를 기성세대들이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환경 변화에 예민한 것은 투자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 금융기관에서 ESG 펀드 상품을 내놓더니, 이제는 기업 투자자들의 대부분은 투자기업 선정 항목에 ESG를 포함시켜 투자를 결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ESG의 관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평가 받는 기업일수록 인재를 뽑기 어렵다는 통계도 있으니, ESG가 사업 모델의 한 축이 된 것은 분명하고, 이는 산업의 이해관계자들과 시민들의 인식이 그렇게 바뀌고 있다는 상황을 반영한 것입니다.

사업 모델의 관점에서 ESG를 분석하고, 실행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ESG를 하나의 덩어리가 아닌 세부 항목으로 나누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우리의 현재 위치를 짚어볼 수 있기 때문인데요.. 각 항목들에 대해서는 아래의 표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각각의 항목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부분들이 실현되고 있지만, 정작 사업 모델을 고려할 때에는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산업의 가치사슬 전반을 고려할 때, 부도덕한 혹은 문제의 소지가 많은 공급업자들을 가려내는 활동도 포함되어야 합니다. 실제로, 아동노동에 대한 모호한 태도를 취했던 나이키나 아디다스처럼 본인들의 문제가 아닌 가치사슬의 문제로 인해 상당한 기업 가치의 하락을 경험한 사례도 있다는 점을 참고해야 합니다.

사업모델 설계

기업을 경영하는 책임자들의 관점에서는 ESG의 각 항목들을 어떻게 실제 사업모델에 적용해야 하고, 적용했을 때 어떤 기대효과 혹은 반작용이 있는 지 파악하고 싶어합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이들은 ESG 투자에 대한 ROI를 예측하고 보고할 의무가 있기 때문인데요. 이 부분은 예전부터 논란이 많았습니다. ESG 회의론자들은 ESG 활동이 겉만 멀쩡할 뿐 기업에게 별다른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고 폄훼하는 경우가 많았고, 찬성론자들은 ROI 예측 방법이 잘 못 되었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이런 논란은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는데, 이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자신들의 상황에 맞는 정확한 평가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애쓰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시간만 잡아먹고 있기도 한데요.. 최근에 이와 관련하여 실증분석을 한 참고 사례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를 아래에 소개합니다.

그래프처럼 실제 적용 가능성(가로축)과 기업활동에 미치는 영향(세로축), 그리고 투자수익률(원의 크기)을 기준으로 각 활동을 분석해 보면, 탄소배출을 줄이는 제품 설계(2),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팀을 구성하는 것(8), 그리고 재생가능 에너지를 생산에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ESG 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그래프가 모든 활동을 포괄할 수는 없지만, ESG 사업모델을 실제 설계하고 시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중요한 참고 사항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