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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2B 플랫폼을 모르면, 니콜라를 얘기하지마!

과학기술의 역사를 찬찬히 살펴보면, 평범한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천재들의 흔적을 보게 됩니다. 그들의 빛나는 재능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그에 반해 한심할 정도로 평범한 내 모습에 좌절하기도 하는데요... 그런 천재 중의 하나였던 토마스 에디슨을 평범하게 만들어 버린 무시무시한 재능의 사람이 있었습니다. 니콜라 테슬라(Nicola Tesla). 에디슨과 비교하여, 2인자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만, 그의 재능과 천재성은 누구도 따라 올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하나의 일에 집중하고, 상업적인 개념이 부족했던 그의 모습은 많은 괴짜들의 롤 모델이 되기도 하는데, 마침 그의 일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도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테슬라를 동경했던 괴짜들 중의 하나가 엘론 머스크였습니다. 혁신적인 전기차의 브랜드명을 '테슬라'라고 지은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인데요... 여기에 또 하나의 괴짜가 있습니다.



트레버 밀턴은 어려서부터 매우 산만한 성격이어서, 제대로 학습을 이어갈 수 없었습니다. 본인 말로는 책만 펼치면 자꾸 다른 상상을 했기 때문이라는데요... 제 아들도 그런 면이 많은데, 비슷해 질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트레버는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모두 중퇴한 경험이 있습니다. 현장에서 학습하는 것이 좋아서 일찌감치 취업했고, 또 일찌감치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트레버는 에너지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런 영향이었는지 뭔가 좋은 생각이 났습니다. 그리고, 바로 실행에 옮겼는데, 2015년 니콜라라고 하는, 노골적으로 테슬라의 모델을 그대로 차용한, 자동차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도 테슬라와 비슷합니다. 다만, 제품까지 테슬라를 따라할 수 없으니, 살짝 비켜갔는데요.. 트럭과 같은 상용차 중심의 제품군에 순수 전기차가 아닌 수소전기차, 즉 연료전지차를 출시한다는 것이었습니다.




2015년 설립 이후, 자체 생산한 제품이 하나도 없던 이 회사에 투자자들이 몰려듭니다. 주가도 미친듯이 올라가구요.. 2019~2020년에는 기업가치 기준으로 전통의 포드(Ford)를 넘어섰다는 뉴스가 흘러 나왔습니다. 한화를 비롯한 한국의 기업들도 제법 투자했다는 소식도 들리고, 일반투자자들도 많이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러다, 2020년 9월에 니콜라의 기술은 사기라고 하는 뉴스가 폭로되었는데요.. 제법 비장한 목소리였는데, 발표자는 힌덴버그 리서치(Hindenburg Research)라는 헤지펀드였습니다. 공매도를 전문으로 하는 집단이어서, 이들의 폭로에 대한 의문도 많아서, 니콜라 사태는 말 그대로 복마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들의 기술이 사기냐 아니냐.. 언제 첫 모델이 시판될 것이냐... 등등을 두고 여러 말들이 많고, 주가는 많이 하락한 상태입니다. 무엇보다, 창업주인 트레버 밀턴이 퇴임하고, 대주주인 GM의 부회장인 스티븐 거스키가 회사를 이끌 예정입니다. 결국 GM이 최종 승자라는 세평도 그래서 나오는 것이지요..


이런 논란과는 조금 다르게, 저희 연구소는 니콜라의 비즈니스 모델이 충분한 성공 요인을 가지고 있고, 매우 가치있는 시도라고 판단합니다. 2018년의 자료를 보면, 기업가치 기준으로 전 세계 상위 10개 기업 중 7개 기업이 플랫폼 기업입니다. 10년 전으로 돌아가서 2008년을 보면, 이 리스트에 플랫폼 기업은 없습니다(이 당시에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냥 컴퓨터 OS 기업이었습니다). 인터넷에 기반한 주류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 이것이 어찌보면 모든 것이 테슬라의 카피캣인 것 같은 니콜라의 독창성이 배경이 됩니다.


사실, 니콜라의 기술을 속속들이 파헤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이들의 기술이 '앙꼬없는 찐빵'인지, '속이 꽉찬 만두'인지 판단할 근거는 별로 없습니다. 다만, 기술경영의 관점에서 분석해보면, 기술플랫폼 기업을 표방한 니콜라가 언제 '우리가 세계 최고의 연료 전지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한 적이 있었나요? 트레버 밀턴은 대학을 제대로 졸업하지도 못 했고, 유능한 엔지니어도 아닙니다. 그의 독창성은 내연기관 중심의 수송 수단이 곧 사라질 것이라는 추세를 읽은 것이고, 그에 맞는 나름의 솔루션을 제시한 것입니다. 연료 전지를 개발할 필요도 없고, 자동차를 자체 생산할 필요도 없지요...그런 일을 할 줄 아는 기업들은 많으니까요.. (현대자동차도 니콜라와 기술협약을 맺었습니다). 그의 솔루션은 이런 기업들을 묶어서 연료 전지 중심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었고, 연료전지의 가격을 현재의 $16/kg에서 $4/kg로 낮추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의 솔루션에서 비전을 본 것이지요... 플랫폼 사업은 네트워크 효과가 핵심이고, 이를 위해 니콜라는 가능한 더 많은 이해관계자들을 그들이 구축한 생태계 안에 참여시켜야 합니다. 이런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하지 못하고 (혹은 애써 무시하고), 기술의 개연성 혹은 생산 능력이라는 과거 모델에만 집착하여 상황을 분석하는 모습이 결코 바람직해 보이지 않습니다.


니콜라와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혁신 사례가 더욱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정리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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